수술을 마쳤다.
1.
척추마취 보다 덜 지저분하다고 해서 쉽게 수락했는데
의사들 손이 들가서 였던가보다
의식은 돌아왔는데 몸이 돌아오질 못해서 고생한거 생각하면
마음은 더 지저분했던 것 같다.
하긴, 주렁주렁 몇개나 되는지 모르는 호스를 꽂고 있는 모습보다는야
링거에 진통제 몇개 더 연결하는게 나을지도...
그래도
수술실의 불빛이 차갑게 느껴지지 않고
몸에 연결되는 전선의 갯수나
마취약의 냄새나
이런 것들이 점점 익숙해지는것도
반갑지 않은데...
점점 인조인간이 되어가는거 같다
몸도 마음도...
2.
이번 수술을 핑계로
그래도...한번도 그래보지 못했던 맘놓고 편하게 잘수있었다
약이라는 것에 빗대어 무작정 무의식 세계로 피할수있었다고나 할까
깨어나면 피곤한 일상이 어느새인가 너무 버겁기 시작해버렸으니까
다시 돌아가야할 친절한 일상이
방학숙제 걱정을 하는 초등학생의 추억마냥
무섭게 바래져가는거 같아서 걱정이다.
3.
안경이 깨졌다
나름 맘에 들어하던 안경인데...
수술실 들어가기전에 어머님께 드렸는데 떨어뜨리신 모냥이다.
한두푼 하는것도 아니라 어머님의 무성의 함에 짜증이 나려는 차에
옆에 누운 젊은 청년이 흐느껴 운다.
아버님이 중환자실에 있다는데
형이랑 같이 장기이식을 하러 대기하다가
갑자기 수술 날짜가 잡혀 빈방이 없어 내가 없는 병실까지 왔는데
상태가 급격히 안좋아져서 수술이 무산되었단다
어머님께 아무말 못하고 그냥 왔다.
까짓 안경
그게 대수겟어....
삶은 때로는 너무 가볍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무겁기도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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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게 가라앉은 하늘아래로
손바닥만한 빗방울이 소란스럽게 뛰어다니고 있다.